한국에서 베트남 음식이라고 하면 쌀국수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실제 베트남 식탁은 훨씬 넓어요. 국수만 해도 지역마다 국물, 고명, 면 굵기가 다르고, 밥과 빵, 튀김, 부침 요리까지 종류가 많아요. 쌀국수와 반미가 「꼭 먹어봐야 할 인생요리 60선」에 베트남 음식으로 이름을 올렸다는 인사이드비나 보도가 있을 만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음식이에요.
이 글에서는 면 요리, 밥과 빵, 튀김과 부침 요리, 지역별 특징, 음료와 디저트, 소스와 향채까지 종류별로 나눠서 소개할게요.
면 요리, 쌀국수 하나가 아니에요
퍼(Phở)는 소고기나 닭고기로 우려낸 맑은 국물에 넓적한 쌀국수를 말아 먹는 요리예요. 소고기가 들어가면 퍼 보(phở bò), 닭고기가 들어가면 퍼 가(phở gà)라고 불러요. 한국에서 쌀국수라고 하면 대부분 이 퍼를 가리켜요. 북부 하노이에서는 국물 맛을 살리려고 고명을 단출하게 올리고, 남부에서는 숙주와 허브를 풍성하게 곁들이는 식으로 차이가 나요.
분짜(Bún chả)는 하노이의 대표 음식이에요.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 완자와 삼겹살을 새콤달콤한 소스에 담가 두고, 가느다란 쌀국수인 분과 생채소를 함께 먹어요. 식초, 설탕, 물을 섞은 소스에 고기를 적셔 국수를 찍어 먹는 방식이라 국물 없는 비빔 스타일에 가까워요.
- 분보후에: 중부 후에 지방의 소고기 국수예요. 레몬그라스 향이 나고 빨갛게 매콤한 국물이 특징이라 한국인 입맛에 잘 맞아요.
- 미꽝: 다낭이 속한 꽝남 지방의 국수예요. 국물을 자작하게 붓고 고명을 올려 비벼 먹는 방식에 가까워요.
- 까오러우: 호이안에서만 제대로 맛볼 수 있다는 국수예요. 쫄깃하고 굵은 면에 돼지고기와 채소를 올려 먹어요.
밥과 빵, 한 끼 식사
밥 요리에서는 껌땀(Cơm tấm)이 대표적이에요. 부서진 쌀로 지은 밥 위에 구운 돼지갈비, 계란, 절인 채소를 올려 주는 남부 사이공식 덮밥이에요. 알갱이가 잘게 부서진 쌀이라 식감이 부드럽고, 구운 고기의 단짠 양념이 밥과 잘 어울려요.
반미(Bánh mì)는 프랑스 식민지 시기의 바게트가 베트남식으로 변한 샌드위치예요. 길쭉한 빵에 향채, 오이, 절인 당근과 무, 계란 프라이나 구운 돼지고기, 미트볼 등을 넣고 달거나 매운 소스를 발라요. 아침 식사나 간식으로 노점에서 많이 팔고, 가격이 저렴해서 여행자들이 가장 부담 없이 먹는 메뉴예요.
같은 반미라도 안에 넣는 재료가 다양해서 한 번 먹었다고 다 아는 것은 아니에요. 처음에는 돼지고기 반미나 계란 반미처럼 재료가 단순한 것으로 시작하고, 익숙해지면 파테가 들어간 반미도 도전해 볼 만해요.
튀김, 부침, 롤 요리
반쎄오(Bánh xèo)는 쌀가루 반죽에 강황을 넣어 노랗게 부친 베트남식 부침개예요. 반죽을 뜨거운 팬에 부으면 치익 소리가 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새우, 돼지고기, 숙주를 넣고 바삭하게 부쳐서 상추와 허브에 싸서 느억맘 소스에 찍어 먹어요.
롤 요리도 종류가 많아요. 고이꾸온은 쌀종이에 새우, 돼지고기, 쌀국수, 허브를 싸서 만든 생춘권이에요. 튀기지 않아 담백하고, 땅콩 소스나 느억맘 소스에 찍어 먹어요. 반면 짜조는 쌀종이에 고기와 당면을 싸서 튀긴 요리인데, 남부에서는 짜조, 북부에서는 넴잔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요.
지역별로 나눠 보는 베트남 음식
베트남은 남북으로 길어서 지역별 맛이 뚜렷하게 갈려요. 북부 하노이 음식은 상대적으로 간이 담백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요. 퍼와 분짜가 대표적이고, 생선을 강황과 함께 볶는 짜까라봉도 하노이 명물로 알려져 있어요.
중부는 매운맛이 강해요. 후에는 옛 왕조의 수도였던 만큼 궁중 음식의 영향으로 가짓수가 많고 양념이 진하며, 분보후에가 여기서 나왔어요. 다낭과 호이안은 관광객이 많아 미꽝, 까오러우 같은 지역 국수를 찾는 사람이 많아요.
남부 호치민은 단맛이 도드라져요. 열대 과일과 코코넛이 풍부해서 음식이 대체로 달고 푸짐해요. 껌땀과 반쎄오가 남부에서 특히 인기 있고, 허브와 채소를 많이 곁들여 먹는 문화가 뚜렷해요.
음료와 디저트
카페 쓰어다는 진하게 내린 베트남 커피에 연유를 넣고 얼음을 부어 마시는 아이스커피예요. 연유가 섞여 달고 진해서 더운 날씨에 잘 어울려요. 하노이에서는 계란 노른자와 연유를 저어 만든 크림을 커피 위에 올리는 카페 쭝, 즉 에그커피도 유명해요.
디저트로는 째(Chè)라는 달콤한 음료 겸 디저트가 있어요. 콩, 젤리, 코코넛 밀크, 과일 등을 컵에 넣어 먹는 방식이라 종류가 매우 많아요. 사탕수수 주스나 코코넛 주스처럼 길거리에서 파는 신선한 음료도 더운 날씨에 좋아요.
소스와 향채, 처음 주문할 때 팁
베트남 음식의 맛을 완성하는 것은 느억맘, 즉 생선 소스예요. 액젓과 비슷하지만 물, 설탕, 라임, 마늘, 고추를 섞어 새콤달콤하게 만든 소스로 쓰는 경우가 많아요. 음식에 그대로 뿌리기보다 찍어 먹는 소스로 나오기 때문에 처음 먹는 사람도 맛을 조절하기 쉬워요.
향채가 낯설다면 고수를 따로 빼 달라고 요청해도 돼요. 한국인이 처음 도전할 메뉴로는 국물이 무난한 퍼 보, 구운 고기가 중심인 분짜, 재료가 단순한 반미를 추천해요.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면 분보후에도 좋은 선택이에요. 이렇게 지역별, 종류별로 구분하면 베트남 음식이 훨씬 넓게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