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을 받다가 담당 법관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껴지면 그 법관을 재판에서 배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법관 기피 신청이에요.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도 실제로 신청하면 얼마나 받아들여지는지,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 통계와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나씩 살펴볼게요.
법관 기피 신청이란
법관 기피 신청은 피고인이나 검사가 특정 법관에게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때, 해당 법관을 재판 절차에서 배제해달라고 요구하는 제도예요. 형사소송법 제18조 제2항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경우 당사자가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요.
민사소송에서도 비슷한 제도가 있어서, 재판의 공정성에 의심이 갈 만한 사정이 있으면 당사자가 법관 기피를 신청할 수 있어요. 다만 단순히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는 인정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불공정 우려를 뒷받침할 사정이 있어야 해요.
실제 인용률은 얼마나 될까
인용률은 예상보다 훨씬 낮아요. 2018년 기준 기피신청 인용률은 0.6%에 불과했어요. 최근 통계를 보면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전국 지방법원 형사사건에서 재판부 제척·기피·회피 신청 접수 건수는 2020년 247건에서 2024년 405건으로 64% 늘었어요.
그런데 같은 기간 법원이 기피 신청을 받아들인 사례는 6건에 불과했어요. 2020년에 5건이 받아들여졌고, 2022년에는 1건뿐이었으며, 나머지 연도에는 인용된 사례가 아예 없었어요. 신청 건수는 늘어나는데 실제로 받아들여지는 비율은 오히려 더 낮아진 셈이에요.
- 2020년: 접수 247건, 인용 5건 – 신청 대비 인용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해예요.
- 2022년: 인용 1건 – 접수 건수는 늘었지만 인용된 사례는 극히 드물었어요.
- 2024년: 접수 405건, 인용 0건 – 신청은 가장 많았지만 받아들여진 사례는 없었어요.
인용률이 낮은 이유: 간이기각 제도
법원이 기피 신청을 정식 심리 없이 간단히 배척할 수 있는 ‘간이 각하·기각’ 제도가 낮은 인용률의 주요 배경으로 거론돼요.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신청을 접수한 법원이나 해당 법관이 직접 간이기각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이 제도는 재판 지연을 노린 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신청까지 함께 걸러지는 부작용이 있다는 지적도 나와요. 신청인 입장에서는 충분한 심리를 받아보지도 못하고 기각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제도 자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어요.
또한 기피 신청 대상이 된 법관이 소속된 법원이 심사를 맡는 구조라서, 같은 조직 내 동료 법관에 대한 판단이라는 점에서 객관성 논란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어요.
기피 신청 절차
기피 신청은 서면으로 사유를 소명하며 제기하는 것이 원칙이에요. 신청서에는 어떤 법관을, 어떤 사유로 기피하는지 구체적으로 적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소명자료를 함께 제출해야 해요.
신청이 접수되면 해당 법관이 소속된 법원의 다른 재판부가 심리를 맡는 것이 원칙이지만, 소송 지연이 명백한 경우에는 앞서 설명한 간이기각 절차로 처리될 수 있어요. 정식 심리로 넘어가면 기피 대상 법관은 그 사건에 관여할 수 없고, 소송 절차도 결정이 날 때까지 정지되는 경우가 많아요.
기피 신청과 소송 지연 효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법관기피신청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본안 소송절차가 정지돼요. 이 때문에 일부 소송 당사자들이 재판을 지연시킬 목적으로 기피 신청을 악용하는 사례가 문제로 지적돼왔어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법원은 신청 사유가 형식적으로도 이유 없음이 명백한 경우 소송절차를 정지하지 않고 간이기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결국 정당한 사유를 가진 신청인이 소송 지연 목적의 신청과 같은 잣대로 걸러지지 않도록, 신청서 작성 단계에서부터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사유를 명확히 제시하는 게 중요해요.
정리하면 법관 기피 신청은 제도적으로 존재하지만 실제 인용률은 1% 미만으로 매우 낮은 편이에요. 간이기각 제도가 남용을 막는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정당한 신청까지 걸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청 전 사유를 충분히 소명할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해요.